Review) 옥승철:프로토타입
옥승철, 디지털과 현실의 경계에서 만난 아날로그적 경험
우연한 기회로 ‘옥승철’이라는 구수한 이름에 이끌려 우연히 발을 들인 전시.
처음 작품을 마주한 순간, 나에겐 너무나 익숙한 3D 프로그램인 ‘Maya’의 뷰포트를 현실 세계에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충격에 휩싸였다.
캔버스 위에 존재하는, 그러나 지극히 디지털적인 형태의 작품들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며 기묘하고도 흥미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디지털의 역설: 카메라에 담기지 않는 순간
이번 전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1-3공간에 있던 3D 모델링 구조를 연상시키는 조각이었다.
작품 뒤에 배치된 강력한 면발광 조명은 그 형태를 더욱 비현실적으로 부각시켰다.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여기서 발생했다.
우리의 아날로그적인 눈으로는 조각의 형태와 질감을 선명하게 인지할 수 있었지만,
디지털 매체인 스마트폰 카메라로 그 모습을 담으려 하자 강한 역광에 부딪혀 이미지가 뭉개져 버렸다.
디지털의 산물처럼 보이는 작품이 오히려 디지털 기기로의 복제를 거부하는 역설적인 상황.
작가는 이를 통해 우리에게 복제 불가능한,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유일무이한 아날로그적 체험을 의도한 것은 아닐까?
눈으로만 온전히 담을 수 있었던 그 순간, 작가의 영리한 의도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작가는 실존하는가?: 원본과 복제의 경계에 대한 질문
전시 내내 디지털 공간에서의 이미지 복제와 재해석을 다루는 그의 작품 세계에 빠져들다 보니 문득 엉뚱한 상상이 피어올랐다.
이 모든 것을 기획한 옥승철 작가는 과연 실존 인물일까?
어쩌면 그의 이름과 작품 세계 자체가 원본 없는 복제물처럼, 디지털 세상에만 존재하는 하나의 잘 짜인 프로젝트는 아닐까?
그의 존재에 대한 의문마저 작품의 연장선처럼 느껴지는 경험이었다.
옥승철 작가의 전시는 단순히 눈을 즐겁게 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디지털 시대의 ‘원본’과 ‘실재’의 의미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https://www.lottemuseum.com/Mobile/ko/exhibitionDetail/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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